냉동실을 열어보면, 뭔가를 쏟은 것도 아니고 재료가 썩은 것도 아닌데도,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냉동실 냄새의 정체는 뭘까?
냉동실에서 특유의 이상한 냄새가 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승화(sublimation)’가 있다고 하는데,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 것이 융해이고, 액체에서 기체가 되는 것이 증발인데, 승화는 고체에서 한 번에 기체로 변하는 현상. 승화의 친숙한 예로는 드라이 아이스와 방향제가 있다.

물은 실온에서는 기본적으로 액체 상태이며, 실온에 얼음을 두면 녹아 액체 물이 되고, 이후 기체 수증기가 되지만, 냉동실에서는 물이 항상 얼음 상태로 유지돼 녹지 않고, 끊임없이 조금씩 승화된다.
물이 얼음 상태에서 계속 승화하고 있는 사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상상할 수 있는데, 얼음을 일정량 만들어 무게를 재고, 냉동실에 넣어 두고 방치한다.
만약 얼음이 해동 → 증발 과정에서만 기체가 된다면, 얼음이 녹지 않는 냉동실에서는 무게를 유지하고 있을 것. 하지만 실제로 실험한 결과, 처음 만든 얼음은 단 일주일 만에 7g, 전체 무게의 약 3%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냉동실 안의 식재료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데, 식재료 내부의 수분이 저온으로 인해 고체가 되고, 그 고체의 물이 공기와 접촉하는 부위에서는 승화가 시작된다. 승화나 건조로 인해 식재료가 변질되는 현상을 ‘냉동 화상(Freezer burn)’이라고 부르고, 냉동 화상된 식품에 서리와 같은 얼음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승화 과정에서 기체가 된 물 분자가 다시 응결해 얼음이 되고, 식재료 표면에 달라붙어 발생한다.
승화에 의해 과거에 물 분자가 있던 부위는, 구멍이 난 듯한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산소가 식재료와 더 가깝게 닿게 되어, 냉동실의 이상한 냄새가 발생하게 된다. 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높은 분자라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쉬우며, 산화 과정에서 악취 성분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냉동실에 넣은 식재료는 부패하기는 어렵지만, 냉동 화상이나 산화로 인해 완전히 부패하진 않더라도 일정한 악취가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플라스틱 포장이나 냉동실 본체를 구성하는 소재에서 발생하는 향기 성분과 섞여, 냉동실만의 특유의 냄새를 만들어낸다.

냉동실의 냄새는 승화와 산화가 끊임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그리고 그런 냄새는 다른 식품에도 배일 가능성이 있는데, 냉동실에 오래 두었던 얼음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원인이다.
냉동실의 냄새를 강하게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는, 먼저 식재료를 밀봉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데, 공기에 닿지 않으면 물 분자는 냉동고 안으로 방출되지 않아 식재료가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억제된다.
컵 아이스크림 대부분이 뚜껑뿐 아니라, 필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밀봉해 승화와 산화를 억제하기 위해서이며, 또한 냉동 해산물 등에서는 식품을 얇은 얼음 층으로 덮어 식품이 직접 공기에 닿지 않도록 하는 ‘글레이즈’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